IMV 핀란드 워크숍 후기

  • 워크숍 환경

지난 7.25일부터 7.30일까지 5박 6일동안 IMV(International Music Village 국제음악마을)워크숍이 핀란드 Ruokolahti에서 진행되었다. 그곳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파란 하늘과 신비로운 흰구름, 초록색 자작 나무와 구상 나무가 이어지는 벌판만 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워크숍 장소는 넓은 호수와 자작나무, 소나무가 빽빽이 늘어선 숲으로 연결되는 아주 멋진 장소였는데, 주변 환경도 좋았지만 오디토리엄과 강당, 식당이 바로 연결되는 공간에서 진행하다보니 식사시간과 티타임 시간 동안에 참가자 50여명 대부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함께 갔던 현영샘과 수시로 나눈 말, “우리 지금 너무나 비현실적인것 같다, 그치? 어떻게 우리가 지금 이런 환경속에 있는 거지?” ㅎㅎ

  • 강사

이번 워크숍의 강사로는 홍콩계 미국인으로 오랜 시간 자폐증으로 힘든 시간을 겪었던 Taiko 드럼 연주자이면서 음악교육자인 Yeeman Mui(Manman) 선생님과 핀란드에서 댄서로, 안무가와 감독으로 다양한 아티스트 활동을 하시는 Petri 선생님이 맡아서 진행하셨는데, 사실 나는 Autistic Artist로 소개되었던 ManMan(닉네임) 선생님에 대한 관심과 함께 ‘오르프 접근법이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속으로 더욱 더 확장되고 스며들어 누구나 만날 수 있게 해야 한다.’라는 나의 소신을 만만 선생님을 통해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워크숍에 참여하게 됐다.

만만 선생님은 선택적 혹은 상황적 돌연변이로 알려진 불안 질환으로 인해 직계 가족 외에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자랐는데, 다감각적 예술 표현을 발견함으로써 움직임의 유동성을 통해 해방을 찾고 보컬과 드럼의 울림을 통해 추진력을 얻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인 ‘타이코 투게더‘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핵심인 학생 중심 퍼실리테이션의 촉매제가 되었다고 한다, 사실 이 분에 대한 소개 글을 읽었을 때 느꼈던 막연한 추측이 직접 경험하고보니 많이 해소되었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ManMan 선생님은 타이코 드럼 아티스트이자 음악교육자로 활동하면서 파킨슨병 환자 친화적인 Taiko 커리큘럼인 Rhythmic Flow Taiko를 공동 설립하기도 하였는데, 자신의 어려움을 음악으로 극복하고 이젠 자신이 경험했던 질환을 환자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게 되었으니 참으로 존경스럽다. 언제나 환하게 까르르 웃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댄스 수업을 담당하신 Petri Kauppinen선생님은 공연 예술가이자 인기 있는 댄스 강사로 소개되었는데, 댄서, 안무가, 감독으로 오랫동안 활동했으며, 현재는 포크댄스와 음악의 교육학을 결합한 KanTaMus 프로젝트의 전문가로 활동하시는 분이시다.

워크숍 내내 온갖 다양한 스텝의 춤은 다 추어본 듯 한데, 라인댄스와 커뮤니티 댄스 그리고 왈츠, 폴로네즈, 미뉴엣, 트위스트, 핀란드 여러 지역의 춤 가운데 Polska가 기억에 남는다. 페트리 선생님의 또 다른 재능?은 우리들의 밤 야식이었던 펜케익을 얇고 맛있게 잘 구워내셨다는 것. ㅎㅎ

  •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참가자들

워크숍 참가자들은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주변의 국가들부터, 북미와 남미의 여러나라에서,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사우스 아프리카에서, 동유럽과 서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그리고 오세아니아에서는 호주, 아시아 대표?로 한국, 심지어 전쟁중인 우크라이나까지 총 16개국의 나라에서 45여명의 선생님들이 참여했고,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 대학의 현장에서 활동하시는 오르프 선생님들이셨다.

워크숍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는데, 인원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효과적이기도 했고 더욱 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특히 콜롬비아나 아르헨티나, 그리스, 튀르키엔, 스페인 등 기존에 많이 만나보지 못했던 샘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아주 의미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함께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함께 활동하고, 밥먹고, 노래하고, 춤추고, 연주하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저절로 끈끈한 연대감이 형성되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오르프 협회가 세계 48여개 나라에 조직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 다시한번 오르프 접근법에 매료되어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선생님들의 열정이 얼마나 크고 뜨거운지 알게 되어 뿌듯하기도 했고 헤어지기 직전, 모두 손을 잡고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종식되기를 기원하는 노래를 부를 때는 깊은 연대감을 느끼기도 했다.

매일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워크숍이 진행되었고 식사 후 7시부터 10시까지는 다양한 액티비티들이 진행되었는데, ㅎㅎ 그밖에도 장작불을 피워 바베큐 구이를 먹으며 수다떨던 일, 비오는 날 밤에 펜케익을 구워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일… 때로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졌을만큼 우리들의 시간은 너무도 소중하고 꿈같은 시간의 연속이었다.

  • 다양한 활동, 만남과 환대

특히 공식적인 일정을 마친 후 7시부터는 매일 다양한 액티비티가 펼쳐졌는데, 함께 밤에 호수에서 수영하고, 산책하고, 호수에서 로잉도 하고, 야외에서 바베큐 파티도 하고, 팬케익도 만들어먹고….많은 워크숍이나 컨퍼런스에 다녀봤지만 이런 경험은 정말 특별했다. 저녁 노을을 보면서 차가운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난 후, 사우나로 뛰어 들어가서 함께 노래를 부르던 일, 자작나무 가지 묶은 것으로 등짝을 맞으며 맛자시를 받던 일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이 모든 것들은 특히 핀란드 사람들 특유의 인간에 대한 배려나 환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2002년 짤즈부르크 여름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도 한국 민요를 부르기 위해 객석의 참가자들에게 ‘세마치 장단’을 가르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아시아 사람들이 적었던 이유에서인지 한국 민요 ‘아리랑’을 부르면서 장단을 치던 관중들이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쳐주었고, 끝난 직후, 핀란드 선생님들이 찾아와서 좋았다고 칭찬을 해주면서 자신들이 만든 CD를 선물로 주었는데 참으로 고맙고 신선했던 기억이었다.

그리고 하루에 세 번씩 맛있는 식사를 차려주신 식당의 쉐프들께도 감사드린다. 맛도 맛이지만 핀란드 어디에서도 먹기 힘든 음식이라는 Paivi님의 말씀에 계속 더 먹게 되어 살짝 걱정이 됐을 정도로 신선한 그러면서도 맛좋은 식사였다,

  • 오르프 여정

이번에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몇 가지 목적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핀란드 오르프 역사에 대해 알고 싶다는 것도 포함되었다. 나는 어느 나라에 가든지 일단 그 나라의 오르프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제대로 답변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 찾아 다니곤 하는데, 오랜 역사를 가진 그들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핀란드의 경우, 오르프 역사가 거의 40년이 될 정도로 오래 되었고, 한국에 초청하고 싶었던 Soili Perkiö 선생님을 보면서 핀란드가 오르프 강국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워크숍 종료 하루를 앞두고, 핀란드 오르프 협회를 세우는데 기여를 하신 창립자 Papa Jukka님과 2시간 넘게 계속된 대화를 통해 40년 핀란드 오르프 역사와 함께, 오르프 포럼이나 미국 오르프 협회의 상황이나 문제점, 방향성 등 정말이지 소중한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Jukka 선생님은 몇 년전 전기 쇼크로 온 몸이 감전되어 마비 장애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힘드신 몸으로 춤도 추고 악기도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참으로 존경스러웠다. 핀란드 오르프에 대한 애정과 함께 신세대와 구세대의 간극, 현재 시점에서 느끼는 여러가지 많은 이야기를 공유해 주셨다.

크게 공감했던 것은 오랫동안 오르프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Crazy한 사람들이거나 Stupid한 사람들일 거라고 하신 말씀이었다. 얼마나 마음에 와 닿은 말씀이던지… 그리고 한편 신기했다.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ㅎㅎ 오르프 여정을 가다보면 아니, 인생도 마찬가지지만 많은up & down이 있다. 때로는 자칫 우물안 개구리가 되어 그들만의 세상에 빠지는 경우도 많이 있고. 좀 더 시야를 넓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좋은 선물을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함께 공감하면서 지지해 줄 수 있는 동반자, 친구가 필요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supporter가 되어 줄 수 있는.

여기 저기 워크숍이나 컨퍼런스를 다니다 보니 매번 몇 번이나 계속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더더욱 많이 경험하게 된다. 신기하기도 하지만 한편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 싶다. 뭐든 좋은 경험들은 또 다른 경험으로 연결하는 연속성을 만드니. 그래서 우리는 오랜만애 친구를 만난 것 처럼 만나면 껴안고 행복해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헤어질 때 이렇게 인사한다. Who knows? We’ll meet somewhere and sometime again! Take care!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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